위기이자 기회, 기업 사과문의 정석

최근 기업의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품질 문제, 부적절한 광고 카피 문제 등. 해당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은 큰 반감을 드러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은 사과문을 발표했죠. 하지만 사과문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어떤 사과문에는 ‘이해’를 했지만 반대로 다른 사과문에는 더 큰 ‘화’를 표출했죠. 사람들 반응에 따라 기업의 행보도 달라졌습니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기업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신뢰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그동안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마저 한순간에 잃어버렸죠.

​텍스트 단 500자 내외로 벌어진 일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의 이해를 얻은 사과문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있는 것일까요?

사과문 작성 원칙 3가지

사과문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잘못 인정, 피해자와의 공감 그리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의 구조를 갖춥니다. 그렇습니다. 이 정도만 작성돼있어도 딱히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기본적인 흐름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사과문들이 많을 뿐이죠.

​아마 처음에는 위와 같은 흐름으로 작성하고자 다들 마음은 먹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말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지기 마련이죠. 그렇게 ‘사족’이 붙으면 나중에는 사과문이 아닌 ‘변명문’으로 바뀔 수밖에요. 따라서 추가적인 내용은 나중에 덧붙이더라도, 우선은 기본 흐름에 맞춰 작성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구체적으로 과정 하나씩 알아보자면.

1. 잘못, 정확히 인지하기

​우선 기업은 ‘무엇을’ 사과해야 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친 내용은 무엇입니까? 혹은 여론이 기업 잘못에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고, 고객의 의견을 통해 잘못을 정확히 정의해보길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사과해야 할 대상이 명확해질 것입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대상 말이죠.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대중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대상에게 어떻게 사과할지 눈여겨볼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업이 그들에게 끼친 잘못을 명확히 밝히고 인정하는 것으로 사과문은 시작해야 합니다.

2. 핵심은 공감이다

​평소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잘못을 한 상대가 단지 ‘미안하다’라고만 끝내면 왠지 찝찝합니다. ‘내가 받은 피해는 이 정도인데,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로 끝내는 건가?’ 사실 이러한 방식은 ‘사과’라기보단 ‘통보’에 가깝죠. 결국 상당한 보상을 해준다 할지라도 여론의 반감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고객이 받은 피해에 대해 공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공감은 사과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 이를 통해 기업이 얼마큼 피해자에게 미안함과 진정성을 갖고 사과를 하는지가 나타나기 마련이죠.

3.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을 극복할 것인가?

​감성적으로 피해자와 공감을 했다면, 이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벌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기업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금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며, 피해자에게 어떤 보상을 통해 그들에게 입힌 피해를 대신할 수 있을지 말이죠.

​이때 중요한 점은 그 방안은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고객들에게 와닿을 수 있도록. 최근 광고 카피로 문제가 있었던 무신사에서 직원들에게 최태성 강사님을 모셔 역사 공부를 시키겠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죠.

사과문의 정석

기업 사과문의 좋은 사례로는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사과문이 있습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사과문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사과의 정석’이라는 호평까지 받았죠. 딱히 화려한 글솜씨가 드러났다거나, 대기업답게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줬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신 위에서 말한 3가지 흐름을 정확히 담고 있었죠.

​사과문을 살펴보면 우선, 명쾌합니다. 첫 번째. ‘누가 누구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를 끼친 분들과 공감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결국 위에서 말한 3가지를 잘 담고 있죠. 특히 내부 담당자들의 노력까지 언급하는 부분은 인간적인 기업 오너로서의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변명과 사과는 종이 한 장 차이

하지만 사과문의 기본 구성 3가지를 담았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는 결국 글로서 나타납니다. 즉 아무리 진심을 담아 글을 썼더라도 그 표현이 사업주의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안 되겠죠. 자칫 단어 선택 하나로 사과문에서 변명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과문을 작성할 때 기피해야 할 언어 3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애매모호한 인정

​’이번 사건에 큰 유감을 표한다.’ 가 대표적입니다. 유감이라는 단어 자체는 사건과 상관없는 제3자가 사건을 바라볼 때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를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간혹 쓰곤 하죠. 즉 이러한 단어가 사용된다면 받아들이는 대상은 사과 주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요. 따라서 애매한 단어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잘못에 대해 가장 흔히 쓰는 ‘사죄’, ‘죄송’, ‘송구’와 같은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하길 바랍니다.

2. 수동적인 표현, 추측성 문장

​역시 비슷합니다. ‘실수가 행해졌다’, ‘잘못이 있는 것 같다’ 와 같은 문장은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한 잘못으로 생긴 문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죠. 따라서 문장은 최대한 능동형으로, ‘실수를 했다, 잘못했다’ 식으로 간결하게 작성하길 바랍니다.

3. 가정형 문장

​’만일 큰 피해를 입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풀어쓰자면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죄송합니다’의 뜻입니다. 즉 우리가 피해를 끼친 것이 확실하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이죠. 잘못을 아직 인정하지 않은 태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되도록 가정형은 피하길 바랍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과문에 사족이 붙고, 필요 없는 내용이 담기는 이유는 아무래도 ‘잘못을 인정해버리면 기업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지금까지 고객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은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완벽함이 깨지는 게 두려운 것이죠.

하지만 결국 기업도 사람이 운영합니다. 실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100% 완벽할 수 있을까요. 다만 그 실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뿐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최대한 실수가 없도록 완벽히 준비해야겠지만, 실수는 생길 수 있고, 이를 잘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조금은 유연한 생각이 필요할 것입니다.

TPI INSIGHT 뉴스레터 구독하기

한 달에 두 번, 맞춤형 경영 정보&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