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들이 말하는 훌륭한 리더의 조건

리더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시대의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리더십’은 시대마다 혹은 장소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부처, 예수와 같은 헌신적 리더십이 중요할 때도 있었고, 카이사르, 나폴레옹과 같이 독재적 리더십이 중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 50년 간 한국을 이끌었던, ‘한국형 리더십’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요? 한국형리더십연구회에서는 2008년 10월부터 1달 간 한국기업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한국형 리더십’을 도출해냈습니다. 그리고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형 리더십은 아래와 같은 요소를 지녔다고 합니다.

내면에 대한 믿음, #자기긍정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아마 어디서든 한 번쯤 들어봤을 구호죠? 그만큼 한국형 리더십의 ‘자기긍정’은 리더십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요소입니다. 반복적인 자기긍정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며, 이는 곧 자긍심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자기긍정이 지나치면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발전적인 비판과 조언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여겨 멀리하게 되고, 그 결과 조직은 창의성과 독립성, 자유의지를 잃게 됩니다. 특히, 요즘 같이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창의성을 잃은 조직은 무너지기 쉽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성취열정

성취열정은 어떠한 희생도 치르려는 각오를 가지고 열정을 다해 일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임무를 대하는 군인의 태도와도 흡사합니다. ‘임무 실패는 곧 죽음뿐!’ 어떤 일이든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성취열정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 강한 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성취열정도 조심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리더가 과한 성취열정에 휘말려 정확한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다간, 오히려 절벽에서 떠밀려 추락할 수 있습니다. 리더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취열정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느긋하게 방향을 그려주는 여유로움도 필요합니다.

모범을 보여 조직원을 이끄는 #솔선수범

중국의 역사책 <사기>에서는 병법가 오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전쟁터에서 늘 병사들과 동고동락했는데, 하루는 몸에 종기가 난 병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군대 지휘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그 종기를 빨아주었고, 이를 본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고 합니다.

이처럼 솔선수범은 리더가 마땅히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입니다. 용감하게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조직원들이 따르지 않습니다. 잘한 것은 아랫사람에게, 잘못은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팔로워들은 반드시 리더를 따릅니다.

Leadership concept with swimming fish over blackboard background. One leader leads others

윗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상향적응

아주 극소수의 리더만이 조직의 최고 지도자가 될 수 있을 뿐, 대부분의 리더는 또한 팔로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동시에 자신보다 더 윗사람을 잘 모실 줄 알아야 하죠. 윗사람을 존중하며 그의 의중을 빠르게 파악하여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면, 덩달아 조직의 분위기가 훨씬 좋아집니다.

물론 상향적응이 과하면 무비판적인 복종, 폐쇄적 조직문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상향적응을 통해 윗사람과의 갈등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에는 적절한 지적과 비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수평조화

동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소통 및 협력함으로 갈등을 극복하는 수평조화 역시 한국형 리더십의 한 요소입니다. 리더는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한 조직에 속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리더가 수평조화를 이루지 못해 끝없이 갈등하고 서로 믿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조직은 얼마 못 가 붕괴하고 맙니다.

다만 수평조화를 너무 강조하면 ‘끼리끼리 문화’나 ‘사내 정치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능력 있는 조직원이 수평조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움츠러들 수도 있죠. 협력도 중요하지만, 경쟁을 지나치게 회피하는 태도는 변화와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하급자를 보호하고 감싸주는 #하향온정

아무리 더치페이와 개인주의가 심해졌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야, 이런 건 상급자가 사는 거야!”라고 하는 ‘한턱내기’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리더는 아랫사람을 보호하고 감싸줄 줄 아는 하향온정을 베풀어야 합니다. 서로 간에 교감이 없는 관계는 계약 이상의 결과물을 산출하지 못합니다.

대신 지나친 하향온정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온정에 사로잡혀 잘못과 무능을 무조건 감싸준다든가 규칙과 법을 어겨도 봐준다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공과 사는 명확히 구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Business man throwing paper plane in the city. Multiple exposure.

도전적인 목표 제시, #미래지향

한국형 리더는 도전적이고 구체적으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경영철학이나 핵심가치 등도 포함하죠.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야.’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최소한 리더라면, 조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하고 과거에 집착한다면, 결국 조직은 발전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맙니다.

변화에 대한 민감한 적응, #환경변화

마지막 한국형 리더십 요소는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대처하는 ‘환경변화’입니다. 반백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의 역사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맛집 지도는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 그만큼 한국형 리더라면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또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환경변화에 대처하겠다고 무작정 바꾸는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환경에 적응한다는 말은 무조건 빨리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준비와 고민은 빠를수록 좋지만, 선택과 실행은 때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는 언제든 변화할 자세를 겸비하되, 그것을 실행할 적절한 때를 찾아내야 합니다.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리더십을 끊임없이 훈련하고 계발해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 분들이 멋진 한국형 리더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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